치욕과 수모를 뒤집어쓰고 `몸(身)의 철학자`는 떠났다. 지금 그는 어디쯤에 있나. 스스로 이승을 버린 고(故) 마광수 작가(1951~2017) 2주기를 맞아 추념의 마음이 한 권의 책으로, 하나의 공간으로 모여들었다. 모교이자 직장이던 연세대에선 유족이 기증한 그의 회화를 전시하고 장석주 시인은 한 권의 책에서 죽은 그와 가상 인터뷰를 진행한다. 그렇다. 유령처럼 `마광쉬즘`이 돌아왔다. 장석주 시인과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등이 공저한 `마광수 시대를 성찰하다`(글과마음 펴냄)는 마광수 인간론이다. 서두에 놓인 장석주 시인의 `마광수 가상 인터뷰`부터 눈에 띈다. 장 시인은 1992년 10월 가을, 소설 `즐거운 사라`를 출간한 청하출판사 대표였다. 둘은 서울구치소에 61일간 함께 `공범`으로 수감됐다. 필화 사건은 두 생을 완전히 부러뜨렸다.
`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`라는 장 시인의 질문에 마 작가는 답한다. "나는 천국에 있다. 죽은 다음엔 천국밖에 없다. 태어나서 살아가기가 이렇게 힘든데 지옥까지 있다면 그건 너무한 일 아닌가?"
연세대박물관은 마광수 작가 기일인 5일부터 `마광수 유작 기증 특별전,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`를 연다. 그가 소장했던 서재 도서 1만권과 유품은 연세대 학술정보원과 고문헌실에, 유작 100여 점은 연세대박물관에 기증됐다.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`어둠속의 키스`와 `하얀 달빛`을 포함해 회화, 판화, 도자기 등 30여 점을 공개한다.